2004년 12월3일

밤이고 낮이고 유모차에 태우고 한참을 밀어줘야 잠을 자던 랄라가 일주일 전 부터 스스로 졸음이 오면 내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나잇나잇" 하고 싶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이 먼저 방으로 앞장서는 적극성까지 보여주게 되었다. 발렌타인을 한손에 끼고 침대에 누워서는 자장자장을 해달라며 내 손을 자기 가슴위로 가져가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지 일주일이 넘었겄만 우리 일가는 아직도 그 놀라움과 기쁨으로 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랄라와 침대위에 나란히 누워서 낮잠을 재워주다 보니 자장가를 불러주는 사이에 나또한 졸음이 쏟아져 낮잠의 유혹에 빠지고 마는 단점도 있다. 특히 오늘처럼 체감기온이 영하 11도나 되는 추운날에는 집에서 창밖만 내다봐도 싸늘한 겨울날씨가 느껴지고도 남기에 따뜻한 이불속의 안락함은 굳건한 정신력을 가진 엄마가 아니고서는 뿌리치기가 몹시 어렵다. 오동통한 랄라의 손을 만지작 만지작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들어있고 눈을 떠보면 한시간이 훌쩍 넘어있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지난날 젖내나는 랄라를 안고 피곤에 지쳐 잠이들었었던 날들에 비한다면 요즈음 내가 맞이하는 랄라와의 나른한 오후는 여유로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