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22일

10시가 조금 넘은 밤, 스톰이 방금 집을 나섰다.
때아닌 Krispy Kreme 도너츠 타령을 시작한 나를 위해 반바지에 편안해 보이는 반팔 셔츠 하나를 걸치고 쉬-익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두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은채 나를 바라보는 스톰을 배웅하면서 만약 지금 랄라만 자고 있지 않았더라면 당장 잠옷위에 바바리 코트를 걸쳐입고 냉큼 따라 나설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에 젖는다.

우리 신혼때 살던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24시간 하는 Safeway 라는 슈퍼마켓이 있었다. 유난히 군것질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지척에 커다란 냉장고를 품고 있는 듯한 든든함을 준 곳이기도 하다. 스톰은 그 당시 군것질 보다는 밥을 실하게 챙겨먹는 타입이였어서, 밤마다 쵸콜렛이며 쿠키를 끌어안고 오물오물 먹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했었는데, 일 년도 되기전에 스톰은 나의 군것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는 둘이 얼굴 맞대고 뭐 맛있는거 없을까 하면서 밤참을 챙겨 먹었는데, 조용한 밤,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밀크쉐이크나 케익을 나누어 먹었던 즐거움은 너무나 달콤했다.

랄라가 조금 더 커서, 군것질을 할수 있을만큼 자라면, 그 때는 세명이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무슨 맛있는 군것질거리가 없을까하고 의논하게 되겠지. 무더운 여름 밤, 가족이 둘러앉아 시원한 과일화채를 먹거나, 추운 겨울 밤, 따뜻한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