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첨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홍수 재난 경보 문자는 시도때도없이 띵띵거리며 올라온다.
장마 시작전에 모든 여행과 할일을 마친다고 쉴새없이 돌아다녔는데
아직도 할일은 많다.
그 남은 할일중엔 바로 이사가 있다.
그렇다.
난 부산을 떠난다.
부산이 싫어서도 아니고 다른곳이 더 좋아서도 아니다.
그냥 나는 한군데에서 2년 이상 살다보면
왠지모를 방랑객의 피가 끓어올라 계속 떠날 핑계를 찾는다.
그러다가 마땅한곳을 찾으면 떠나는것이다.
그 마땅한곳을 찾을수가 없어야 안떠날래나…
떠나고나서는 미련을 못버리고
다시 여러번 살던그곳을 찾아간다.
새로운곳에 정들기까지 말이다.
그래서 달맞이 힐스파가 24시간 오픈 한다는말을 듣고
몇일전에 찾아가 보았다.
알아보니 그곳이 하룻밤 와서 묵기 딱좋아보인다.
너무 잘된일이다.
부산을 떠나도
그리운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만나
구운 계란도 먹고
바다뷰를 보며
같이 이야기꽃을 피울것을 상상하니
벌써 기분이 날아간다.
이렇게 난 또다시 이 사람들사이에서
이미 떠난 사람이 될것이다.
떠나고나서 일년 이년… 세월이 흐르면…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해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못낄수도 있다.
그들만의 대화꺼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러 나와서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
강원도에서 일박이일 여행한적이 있다.
여섯명이 만나서 한잔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도무지 알수없는 대화내용이라
난 참다가 지루해져
홀로 열두시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랜 친구들을 만나 들떠있어서인지 잠은 오질 않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내귀에와서 꽂혔다.
다들 술한잔씩 거하게 걸쳐 목소리들은 커져있고
무슨말인지 난 알아들을수도 없는데
그들끼리는 배를 잡고 웃어들댔다.
오랜세월 함께 하지못한 괴리감이라고 해두자.
난 그렇게 항상 어디서나 떠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민은 나에게 그만큼 가혹했다.
어린시절 친구들로부터 억지로 헤어지게 만든 이민…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에서 살았다면
나의 쓸개는 아직도 내몸에 붙어있을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곳을 가서 살려면
걱정이 앞서고 두려워 이사도 못가고 평생 같은곳에 살던데
나는 왜 이럴까…
새로운곳으로 이사한다고 생각만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 어떤이를 만날까… 설레이며
기대에 부풀어오르니 말이다.
확실히 이건 고질병인듯하다.
이제 60을 바라보는데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되지 말이다.
하지만,,,,,
이또한 즐기자!!!!!
할수있을때 하는거지 더 지나면 이짓도 못하지 말이다. ㅎㅎㅎ
이삿짐 업체를 서너군데 알아보았다.
견적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한 이사업체에서는 터무니없이 싸게
그리고 다른 업체에서는 터무니 없이 비싸게 부른다.
중간값을 책정해준 사장님이 가장 진솔하게
여러 경우의 수들을 알려주며
친절하고 자상하게 말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업체 이름도 맘에 들었다.
업체이름이 “좋은날”이었다.
부산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는데 300~500만원 이라니….
같은 양의 가구를 가지고 같은 업체끼리 2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게
말이 되냔말이다.
결국은 난 변압기를 써야 사용할수 있는 미국 가전제품은
모조리 다 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전압이 안맞아 팔수도 없는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믹서기… 등을
다시 돌려 보내기로 한것이다.
그랬더니 국내이사비용이 훨씬 줄고
이사후 국내에서 사용할 새것같은 중고 가전제품은
당근을 통해서 이미 다 구비해놓았다.
당근이 이젠 나의 생활에 깊숙히 파고들어서
물건을 사고 파는일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한국사람의 급한 성격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똑같은 물건인데도
급하게 헐값에 팔아치우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나에게 그물건이 경쟁을 뚫고 오기가 쉽지않지만,
깨어 당근을 살피다보면 득템하는일이 충분이 가능한일이다.
그렇게 얻는다면
당근의 중고 시세보다도 70-80% 더 파격적인 가격으로 살수 있다.
그야말로 용달차 한대에 맘놓고 부릴 머슴만 한사람 있다면
중고장사를 해도 자신이 있을정도로 나는 당근을 잘한다.
내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사놓은 물건들을 보고는 경탄을 자아낸다.
내가 백수니 가능한일이지…
부모님이나 남편 내지는 돌볼 자식들이 있다면 절대로 못했을것이다.
백수가 과로로 쓰러질정도로 많은 시간을 바쳐 장만한 가전제품들은
곧 경기도로 옮겨져 이젠 변압기 없이도 사용할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들떠있다.
비록 중고들이지만 말이다.
툭하면 무겁고 단단한 변압기에 발가락을 부딪혀 신음하던 나…
만일 누군가 귀국을한다면 가전제품은 절대로 들고오지말라고 말해주고싶다.
당근마켙을 몰랐을땐 새것들을 사려면 너무 비싸기에
내가 가져온게 잘했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이젠 당근의 고수가 되다보니 그렇지가 않은것이다.
세탁기와 용량이 맞지않는 변압기로 빨래를 돌리다가
변압기를 태워먹기도 하고
큰 냉장고변압기를 둘데가 없어
세탁실 입구 바닥에서 냉장고 선과 함께 방치했다가
항상 내발에 걸렸었던터라
이 모든 가전제품을 보내려니
십년 묵은 체끼가 뚫린 기분이다.
미국의 남겨진 동생집 냉장고역시
한국의 냉장고와 비슷한 년도에 조지아주에서 장만했엇다.
바로 미국산 Kitchen Aid 회사 제품인데
너무 외모에만 반해서 산탓에
최근 한번 고장을 맞아 사람을 불렀더니
800불을 줘야 부속 하나를 갈아준단다.
기술자가 와서
작동이 안되는 냉장고의 코드만 뽑았다가 다시 꽂았을뿐인데
냉장고는 다시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작 하나만 하고 가는데도
150불을 달라고해서 경악을 금치못햇던게 생각나서
여기 있는 같은 사이즈의 LG냉장고를 다시 보내기로 한것이다.
미국가서도 중고값으로 팔려면 천불도 못받겠지만
다시보내면 수년간 쓸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키친에이드 미국 냉장고는
언제 또 다시 고장나서 작동이 안될지 모른다고
대비하라고 기술자가 무서운말을 남기고 갔기에…
800불이나 주고 그냉장고를 고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국은 SAMSUNG 이든 LG든 이걸 미국에서 샀든 어디서 샀든
모델명만 주면 서비스센터에서 바로 나와서
이만원 출장비에 부속값도 몇천원 안한다.
이런면에서 한국은 정말 살기 편하다.
그래서 결론은 만일 귀국할때
가전제품을 팔거나 버리기가 아까울정도로
새것이거나 비싼것이라면
그래서 굳이 가지고나와야 하는경우라면
나처럼 국산제품은 들고와도 충분히 고쳐가며 잘 사용할수 있다는
경험을 말해주고싶다.
나는 이삿짐 싸는데엔 이력이 나있는 사람인지라
한국의 포장이사는 나에게 택도 없다.
왜 백수인 내가 남에게 나의 짐을 맡겨야 하는지?
그리고 포장이사를 하면 그들이 준비한 박스에 물건을
그들이 담아서 이사간집에
그들이 맘대로 풀어헤쳐 물건들을 수납할텐데?
그건 나에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포장이사를 아예 안할거라고 하니
그러면 이사를 해줄수가 없다는 업체도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반포장까지는 한다고 한다.
내가 준비한 박스를 내가 싸고
그들은 내물건에 손을 안대고
그들이 준비한 박스는 그들이 싸고 푸는것이다.
가령 화장실 용품… 청소용품… 부엌짐과같은… 가자마자 풀어야하는짐들 말이다.
나는 내가 준비한 박스들만도
다이소에서 파는 5000원짜리 단프라 박스 가 30개나 있었다.
이사가서 그들이 풀어헤쳐놓고 가는건
용납할수 없기에 내가 천천히 정리하고자 박스들을 직접 산것이다.
내가 그박스들을 채워 차곡 차곡 쌓아올리고 있을때
이삿짐 업체 사장이 뭔가를 건네려 잠시 들렀다가
쌓아놓은 박스들을 보고 화들짝 놀랬다.
”이삿짐을 제대로 할줄 아시네예“
그러는것이다.
암….그렇고말고!!!
내가 이사를 한세월이 얼만데… 난 속으로 쓸데없이 뿌듯해졌다.
내가 직접 내 짐을 박스를 사서 싸겠다고 햇을때
그사람들은 나에게 이많은짐을 직접 싸겠다고 하니 이구동성 같은말을 했었다.
“사모님. 거 포장이사 라 해도 이십만원 밖에 차이안나예!
이십만원 아낄라꼬 이걸 혼자 다싼다고예~?”
다시 잘 생각해보이소! “
나에겐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포장이사와 반포장이사가 같은 가격이라해도 난 상관없다.
이삿짐만큼은 내가 싸야 마음이 놓인다.
그게 나의 이사철칙이다.
우리집은 거실의 풍경이 6개월에 한번씩 바뀐다. 무거운 식탁 쇼파 장식장 따윈
나혼자서도 바닥에 상처없이 충분히 옮길수 있다. 우리집 거실의 풍경이
자주 바뀌는 이유이다. 난 웬만한 이삿짐 직원 둘의 몫은 하는 사람이다.
마룻바닥이 아니고 장판 바닥이라해도 문제될건 없다.
이무슨 무수리 근성인가…?
하지만, 짐은 힘으로 옮기는게 아니다.
기술이 중요하다. 내기운 하나 안쓰고도 옮길수 있는게 바로 기술이다.
내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의 어떤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예의없이 일을 처리하고
남을 배려안하는 태도가 어떤때는 너무 화가 난다.
이사견적을 뽑으러 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삿짐을 나르다와서 땀이 범벅으로 견적을 내러오는데
자기네딴엔 포장이사를 염두해두고 와서 그런지…
도저히 용납되지않는 행동들을 한다.
더러운 손으로 냉장고문을 열어보질 않나…
장농문까지 열어보고 침대 이불은 왜 들춰보는지..ㅜㅜㅜ
온몸에 땀냄새에다 쉰내까지 나는상태에서
손도 안씻고 남의 이부자리를 왜 들추냔 말이다.
참기어렵지만 참아야 한다.
이게 한국에서 살아내야하는 어려움이다.
이렇게 나의 이사는 잘~ 준비되가고 있다.
이사비용으로만 지난 십년간 수만불을 썼다.
그 수만불로 내가 얻은것은 무엇일까?
분명 한군데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보다 물질적으로는 잃은게 많을것이다.
하지만 얻은것 또한 있겠지.
가끔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조지아로 이사안가고
아들도 뉴욕에 안보내고 같이 끼고 살았다면
그런 결혼은 안했을텐데…
켈리포니아집은 많이 올랐을거고..
지금은 페이어프하고 살았을텐데…
그런 쓸데없는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다가
나는 또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래 앞으로 나에게 생길일에 집중하자…
분명 좋은일이 생길거야…
아니 지금 내가 살아있고 내가족이 무사하고
이게 다 나에게 좋은일이야… 더좋은일을 바라는건 욕심이지….”
’현대인의 초상‘이란 글을 접했을때 너무 공감했다. 나에게 누군가가 말해주는 메세지 같았다. 그래서 공유해본다.
♧ 現代人의 초상 ♧
어떤 청년이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식수를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기진하여 쓰러졌고 마침내 실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한참 후 그는 눈을 떠보니 눈앞에 야자수가 보였고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그는 "이제 죽을 때가 되어 환각이 보이는구나" 하고 애써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귓가에 물소리와 새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 이제 정말 내가 죽게 되는구나" 하고 또다시 소리에 귀를 닫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사막의 베두인이 어린 아들과 함께 오아시스에 물을 길으러 왔다가 물 가에서 입술이 타들어가 죽은 청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이 사람은 왜 물가에서 목말라 죽었을까요?"
그러자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얘야! 여기 죽어있는 젊은이가 바로 現代人이란다"
"오이시스 물가에서 목말라 죽은 現代人"
정말 그럴 듯 하지 않습니까?
- 많은 것들을 곁에 두고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이상한 現代人
- 미래의 노후대책 때문에 오늘을 幸福하게 살지 못하는 희귀병에 걸린 現代人
- 늘 幸福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해매며 찾아다니다 일찍 지쳐버린 現代人
- 나누면 반드시 幸福이 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알고도 실천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現代人
-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랑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現代人
- 결국 서로가 파멸의 길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구 파괴의 길을 버젓이 걷는 우매한 現代人
- 벌어놓은 재산은 그저 쌓아놓기만 했지 정작 써보지도 못하고 자식들 재산 싸움으로 갈라서게
만드는 이상한 부모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는 現代人
- 시간을 내어 떠나면 그만인 것을 앉아서 온갖 계산에 머리 싸매가며 끝내는 찾아온
소중한 여행의 기회도 없애버리는 중병에 걸린 現代人
- 끝없이 으르렁 거리며 저 잘났다고 뻐기며 평화롭게 살지 못하는 불쌍한 現代人
幸福의 오아시스를 찾아볼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지천인데 우리는 여전히 "물...물...물..."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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