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식 강의시간은 오전 11시부터시작인데 찜질방에서는 입장한 시간으로부터 12시간에서 5분만 넘어도 1일 입장료를 더내야 한다고해서 우리는 건물을 나와 부슬부슬 내리는비를 피해 두어시간 남는시간을 카페에 앉아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희순이가 묻는다. “이근처에 서점은 없을까?” 비도오는데 서점을 찾는다한들 이비를 맞으면서 꼭 가야하는지 묻고싶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안그래도 어제 심심해서 가까운 서점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근처 서울대 안에 교보문고가 있는것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희순은 걸어갈수있는 더 가까운 서점을 serch 해보는것같았다. 정희가 읽던 책을 다 읽어버려서 불안해 하는듯 보였는데 가까운 서점을 찾는일도 일이지만 그서점에가서 영문으로 된 책들 그것도 정희가 읽을만한 책들을 과연 찾을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둘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것같길래 나는 다른테이블에 멀찍이 앉아 자리를 피해주고 커피를 마시며 뜨개질할 실을 꺼내고 있었다.
희순이가 한국에 오기전에 나와 전화통화를 했었는데 그때 희순이가 한말이 생각났다. “언니.. 우리 정희가 아파…” 그래서 어디가 아픈지 바로 물었으나 희순이는 더이상 말을 하지않았다.
희순이는 원래 그렇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를 않고 혼자 다 참아낸다. 내가 큰 도움은 못주겠지만 그래도 말이라도 하면 속이라도 풀릴텐데… 희순이는 원래 그렇다. 그래서 나는 희순이가 뭔가 걱정거리가 있거나 안좋은일이 있는것같을땐 주로 희순이가 겪고있을 문제의 강도나 그걸 감수해낼 희순이의 에너지상태만을 대충 눈치껏 가늠할뿐 꼬치꼬치 캐묻지않은지 오래다.
아프다는 정희가 부산에 와서 너무나도 멀쩡하게 잘먹고 잘자고 밝고 안아파보이길래… 내가 잠깐 방심을 했는가보다.
희순과 소곤거리던 정희는 갑자기 카페에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기시작했다. 둘이 뭔가 심각하게 몇마디 오고가는가 싶더니 점점 정희의 목소리는 격앙되어갔고 급기야 목놓아 서글프게 울기시작했다. 희순이는 속수무책으로 그옆에 앉아서 멍하니 비오는 창밖만 바라볼뿐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희순이가 했던말이 무슨말이었는지 감이 왔다. “ 아… 정희가 진짜로 아프구나…. ㅜㅜ” 왜 희순이가 잠시라도 정희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며 돌보는지 왜 희순이가 정희에게 그토록 집중을 하는지 솔직히 난 이해가 안갔었다. 아프다고 말만 들었지 그정도의 심각성을 모르니 말이다.
나중에 알게된사실이지만, 부산역에서 서울로 떠나오는 그날부터 정희는 힘들었던 것이다. 기차에 올라타서 여러사람들이 쳐다보고있는데 자리때문에 실갱이 하던 순간부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소란을 피우며 기차에서 내려온일까지 그모든게 정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던 것이다.
찜질방에서도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사람들이 뒤엉켜 누워자고.. 기침소리 ..웃는소리.. 먹는소리.. 낯선사람들의 모든 움직임 소리들이 정희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던것이다. 전철역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문이 열리자마자 줄행랑을 치며 도망가듯 뛰어나갔던 이유도… 길에서 갑자기 어떤 소음이 들리면 희순이가 먼저 정희의 양쪽귀를 두손으로 막아주던일부터… 모든게 다 정희에게는 견뎌내야할 힘든 상황이었던것이다.
서울에는 부산보다 사람들도 더 많고 시끄러운 소음도 더 많을뿐더러 지나가면서 툭툭 서로 몸끼리 부딪혀도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한마디 없이 무정하게 지나쳐버리는 사람들… 우리딸도 첨에 한국와서는 그런부분들을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던가…?
물론 부산에도 대부분 아니 거의다 그런한국 사람들이 살지만 서울보다는 덜 붐비기때문에 정희가 잘 참아냈었던 것을… 나는 서울에가서야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한삼십분이 지났고 둘은 갑자기 나에게 여행가방을 맡기고 알라딘 중고 서점을 찾았다며 빗속을 뚫고 나가버렸다. 아…. 나는 불안한 마음에 뜨개질에 더욱더 집중을 했지만 약속한 시간 11시는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은 혼자서 12층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강의를 예약한건 세사람인데 한사람만 나타나니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나머지 두사람은 왜 안왔냐고 말이다.
나는 희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서점을 찾아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비는 여전히 오고 잇고 내가 혹시나 싶어 넣어가지고간 양산하나가 두사람에게 가진 유일한 비막이 도구일뿐인데 아직도 걸어가고 있단 말인가… 택시를 탈껄그랬나… 오만가지 걱정과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그리고는 나보고 서울에 혼자 남으라고 했다. 둘은 부산 우리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이다. 아니 무슨 아니 그런법이 어디있는가 말이다. 같이 왔으면 같이 행동해야지 나보고 서울에 혼자 남으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나보고 정희를 데리고 부산으로 둘이만 가라고 그러는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럼 넌?” 했더니 자기는 치과 상담이 화요일에 예약이 하나 더 있다고 화요일에 치과에 갔다가 부산으로 갈테니 나보고 정희를 데리고 부산으로 가라는것이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아니 말이야 막걸리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다시한번 따져 물었다. 그냥 셋이 같이 왔는데 집에 가도 같이 가야지…! 왜 자꾸 한사람을 남게하는거냐고…! 정희가 불안해하는데 엄마없이 나보고 어떡하라고… ! 나는 희순이가 자꾸만 우리둘중 한사람을 서울에 남게하려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기차를 타고나서야 그이유를 알았다.
주말이기에… 기차티켓이 세장중 한장은 입석 인것이다. 헉…! 결국은 자기가 서서가겠다고 생난리를 치고 고집을 부리는걸 또 한번 실갱이를 하며 정희옆에 억지로 앉히고는 10호칸에서 다섯칸이나 떨어진 15호칸으로 입석 티켓을 가지고 도망치듯 달렸다 그리고 그들과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순간엔 정말 그들과 멀어지고 싶었고 혼자이고 싶었던 것일까?
한사람은 입석 티켓이기에 그렇게도 나를 남아라… 지가 남겠다…했었나보다. 그냥 첨부터 입석이라고 말을하지… 왜 그렇게 말을 못할까… 얼마나 미안하면 말이 안떨어졌을까… 희순이의 약한마음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오는 티켓을 살때에 주말은 입석 뿐이라 한사코 입석은 힘들어서 안된다고 우겨대던 나였기에… 부산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기전에 아마도 기차티켓을 먼저 알아봤나보다. 한사람은 입석으로 가야하는 사실을 알고는 차마 나한테 말을 못한것 아닌가…
난 15호와 14호 사이칸에 서서 희순이를 생각하며 눈물이 나왔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꼬… 내마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아무리 마음이 아프다고 엄마만 할까… 내가 흘린 눈물에는 희순이에대한 마음도 있었지만 자기가 15호칸에가서 서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본의아니게 우리가 서로 15호칸쪽으로 가려고 몸싸움 비슷한걸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도 있엇다. 난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실갱이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내가 지금 한국에서 그짓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토록 울던 정희는 부산으로 돌아간다고 신이 나있었다. 나에게 미안하다고까지 한다. “이모 저때문에 죄송합니다. ”
언제 그렇게 우울했었냐는듯 정희는 매우 기분이 좋아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안정을 찾은 두사람은 부산 우리집에 가는게 서울행 기차를 탈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나만 홀로 서서 눈물을 흘리며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희순이를 생각하면 눈물을 안흘릴수가 없다. 희순이나 나나 미국땅에서 영어도 못하는데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용감하고 씩씩하게 서로 의지하고 살았건만…
이젠 서로 늙어가며 아이들은 다 커서 시집장가 간단말이 다 나오고… 결국 고국에 돌아온 나는 자유의 홀몸이지만 희순은 아직도 그끝이 안보인다는게 너무 안쓰러웠다. 남편이 있어도 곁에서 살수 없을정도로 아이들은 미쿡사람이 다 되어 한국을 가기싫어하고 정희처럼 한국에 와도 외국인처럼 적응을 못하니 희순이는 그토록 좋아하는 한국의 그모든걸 언제나 맘껏 누릴려나…
희순을 위해 장안사 까지 지인의 차를 타고 가서 각종 봄나물을 사다가 데쳐서 버무려놨더니 역시나 희순이는 “ 아.. ! 이게 한국냄새지” 하며 봄나물향을 좋아했다. 부지깽이, 취나물, 머구, 그밖에 이름도 모르는 나물이란 나물들은 다 사다가 데쳐 고추장 된장에 양념해서 마지막에 들기름 뿌리고나면 그게 한국의 봄의 향이 되더라만은.. 우리의 봄은 언제 올까… 혹독한 겨울에서 언제나 벗어날지…
나는 희순이를 무척 좋아한다. 키는 나보다 더크고 하는짓은 완전 섬머슴인데 또 천상 여자인 부분도 너무 많고… 딱 내맘에 들지만.. 희순이는 내가 희순이를 생각하는것만큼 나를 생각하지않는다고 의심할정도로 시크하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엇던게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그런 희순이 너무 좋다.
이젠 영주권을 받았으니 한국애서 더 자주 볼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날의 서울여행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날로 기억되지만… 난 느낀바가 크다.
입석도 탈만하다는것… 그리고 내가 실수해서 그누군가는 그로인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힘들수 있다는것… 그리고 부산에 있는 나의 home이 그누군가에게 Home sweet home 이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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